여름이면 더운 날씨 때문에 사람들은 보양식을 찾곤 합니다. 보양식으로 흔히 찾는 것이 삼계탕과 보신탕인데, 이 중 보신탕은 늘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개고기 식용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대개 개고기 식용 반대 의견은 '반려동물(애완동물)을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주장에 그칩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개고기는 보양식이 아니며 오히려 몸에 좋지 않다'라는 요지의 기사를 읽게 됐습니다. 개고기 식용을 반박하는 입장의 글이었는데, 눈에 띄는 구절이
그런데 얼마 전 '개고기는 보양식이 아니며 오히려 몸에 좋지 않다'라는 요지의 기사를 읽게 됐습니다. 개고기 식용을 반박하는 입장의 글이었는데, 눈에 띄는 구절이
“동의보감에도 임산부나 수유부가 개고기를 먹으면 유산을 하거나 기형아를 낳는다고 분명히 기록돼 있다”
였습니다. 마침 한의학연구원의 블로그 기자인 저는, 사실관계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위 기사에서 저 발언을 한 사람과 달리 저는 한의사는커녕 한의학 전공자도 아니기 때문에, 저보다 한의학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사실인지는 분명하게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을 찾아 동의보감 한역판(韓譯版)을 빌렸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다 읽어봤다면 더 좋았겠지만 다섯 권에 달하는 책을 다 읽기엔 시간이 모자랐기에, 책 말미의 찾아보기(Appendices)에서 '개고기'라는 키워드가 언급되는 페이지를 모두 찾아 보았습니다.
- 오장(五腸)을 편안하게 하고 오미(五味)와 같이 문드러지게 삶아서 공복에 먹는다. 황구(黃狗)고기가 가장 좋다. (내경편 341쪽)
- 간병(肝病)은 마땅히 단 것을 먹어야 한다. 참깨[麻)] 개고기[犬肉], 오얏[李], 부추[韭]를 먹어야 하니 모두가 신맛(酸)을 취하는 것이 근본 맛[本味]이다. (내경편 347쪽)
- 심장병에는 마땅히 산(酸)을 먹어야 하는데, 팥[小豆], 개고기, 오얏, 부추[韭]가 모두 산미(酸)를 취하여 수렴할 수 있다.(내경편 358쪽)
- 비위(脾胃)가 차갑고 약해서 뱃속이 찌르듯 아픈 증세를 치료한다. 살찐 개고기 반 근으로 초(椒 : 산초나무), 강(薑 : 생강), 염(鹽 : 소금), 장(漿 : 미음)에 죽을 끓여 먹으면 좋다. (외형 403쪽)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번역본을 낱낱이 뒤져도 '임신부나 수유부가 개고기를 먹으면 유산하거나 기형아를 낳는다'는 구절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간이나 심장, 비장(지라 : 오래된 적혈구나 혈소판을 파괴하고 림프구를 만들어내는 곳), 위 등의 기운을 북돋는다는 설명만 존재합니다. 따라서 「동의보감」에 '개고기를 먹으면 유산하거나 기형아를 낳는다'는 구절이 있다는 주장은 확인 불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간, 심장 등 각종 장기의 기운을 북돋는 음식이라면 당연히 보양식이라 할 만합니다. '보양식'이란 '보양'이란 단어와 음식을 뜻하는 식(食)을 합한 단어입니다. '보양'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 보양3[補養]
[명사] [한의학] 기혈(氣血)과 음양(陰陽)이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 자양하는 일.
- 보양1[保養]
[명사]
2 몸을 편안하게 하여 건강을 잘 돌봄.
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양'의 의미와 일치합니다. 따라서 둘 중 어떤 의미를 채택하든,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개고기는 '보양'의 의미에 잘 들어맞는 음식입니다. 현대의 식용견 사육 시스템과 유통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모를까, 「동의보감」이라는 권위있는 책에 기대어 확인 불가능한 말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참고자료
1. 보신탕은 보양식이 아니다…왜? http://pann.news.nate.com/info/251503553 [한국일보] 2011.07.04
2. 완역 동의보감, 허준 지음, 최창록 옮김, 푸른사상, 2003
= KIOM 블로그기자단 4기 김현혜
참고자료
1. 보신탕은 보양식이 아니다…왜? http://pann.news.nate.com/info/251503553 [한국일보] 2011.07.04
2. 완역 동의보감, 허준 지음, 최창록 옮김, 푸른사상, 2003
= KIOM 블로그기자단 4기 김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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