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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KIOM 블로그기자단

약방에 감초? 약방에 돼지!

  '약방에 감초'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떤 일에나 빠짐없이 끼어드는 사람 또는 꼭 있어야 할 물건을 뜻하는 말입니다. 예전에 한의원을 방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약을 지을 때 감초를 넣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이런 속담이 있는 것은 약을 지을 때 감초가 매우 유용한 약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감초와 달리 거의 모든 약에 들어가는 것도 쉽게 떠오르는 것도 아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알차게 쓸 수 있는 약재도 있습니다. 바로 돼지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한약 먹을 때 돼지고기를 먹지 말란 얘기는 들어 봤어도 돼지를 약으로서 쓴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돼지도 약으로 사용한다는 기록이 정말 있습니다. 어디에? 동의보감에!


                                                <동의보감」침구·탕액편의 '찾아보기' >


  돼지 피, 돼지의 뇌, 돼지의 뼈, 돼지의 쓸개 등 정말 다양한 부분(내지는 부산물)에 대하여 동의보감은 일정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정말 독특한 것을 몇 개 뽑아 봤습니다.

  • 돼지의 이빨
    어린이의 경간(驚癎) 및 뱀에 물린 것을 치료한다.
     ※ 경간 : 놀라서 발작하는 것
     
  • 귀속의 때
    뱀에게 물린 데에 주치한다
     
  • 돼지 똥
    성질이 차갑다. 유행하는 열병과 황달과 습비(濕痺)와 고독(蠱毒)을 치료한다.
    시즙(屎汁)은 온독(溫毒)을 지극히 잘 고친다.
    동으로 가는 숫돼지가 좋으니 물에 담가 하룻밤 지새고 찌꺼기를 제거하고 복용한다.
     ※ 온독 : 더위로 인해 생기는 발진 

  위장, 간, 쓸개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부위 말고 이렇게 예상치 못한 것들도 약으로서 사용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이 정도면 '약방에 돼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네요.


 = KIOM 블로그기자단 4기 김현혜 

참고자료
1. 완역 동의보감 (침구
·탕액편), 허준 지음, 최창록 옮김, 푸른사상,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