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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춘천교대 석우교지편집위원회

역사교육 강화 대책, 이게 최선입니까? (석우 2011 여름호)

역사교육 강화 대책, 이게 최선입니까?

본지 수습위원 김현혜


 

역사 상식의 부족으로 인한 역사의식 부재, 국사교육 강화에서 해법을 모색하다

 역사의식이란 쉽게 말해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그 교훈에 따라 현재를 현명하게 살아가려는 자세를 말한다. 바른 역사의식이 역사 상식을 바로 아는 데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동북공정, 독도 영유권 분쟁 등의 역사왜곡 움직임에 대처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 역시 역사적 지식에 있다. 그래서 역사교육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발발 시기,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저지른 만행 등 기본적인 역사 상식조차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독도 영유권 문제나 동북공정 등의 역사왜곡 움직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무감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두 가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나는 국사 교육의 필수화이다. 42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와 공동으로 발표한 역사교육 강화방안에 의하면, 한국사는 2012학년도 고교 입학생부터는 인문계자연계예체능계 등의 계열이나 인문계고특성화고 등의 학교 종류에 상관없이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된다. 다른 하나는 교원 임용 조건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또한 신규 교원을 임용할 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자에게만 교원임용고사 응시자격을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역사교육 강화 대책,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조치는 없다

현재 국사 과목은 독립된 역사 교과가 아닌 사회과 내의 한 과목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 결과 사회과 내의 다른 과목들처럼 선택 교과의 하나로 격하되어, 1 이후로는 정규 수업시간에 편제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수업 시수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역사 전공자가 아니라 사회과 전공자가 역사 과목을 수업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사 과목 이수를 필수화한 지금도 역사 교과는 여전히 사회과 안의 한 과목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사회과의 여러 과목 중 한국사만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함으로써 타 과목 담당 교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행 제도 하에서 탐구영역에 속하는 과목은 모두 선택과목이기 때문이다. 사회과에 배정된 수업 시수가 있기 때문에, 그 중 국사 과목이 한 자리를 고정적으로 차지하면 나머지 과목들이 남은 자리를 놓고 경합해야 한다. 역사교육의 중요성은 자명하지만, 역사 과목이 독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역사만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할 경우 타 과목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교육과정에 제시된 내용과 학교 수업은 역사적 사실의 암기를 우선시하는데다 암기해야 할 역사적 사실의 양도 지나치게 많고, 교과서의 설명은 매우 불친절하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발견하기보다는 단지 시험을 위해 많은 것을 외울 수밖에 없다.



역사교육 강화를 말하기 전에 역사교육을 정상화할 기반부터

현 정권 하에서 만들어진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역사교육의 비중을 현행보다 더욱 축소하였다. 동북공정, 독도 영유권 분쟁 등의 역사왜곡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2007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역사교육을 강화했지만, 현 정권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을 시행하지도 않고 폐기한 다음 2009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현 정권은 역사교육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한국사를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한다는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입시에서는 한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남아 있다. 역사교육의 기형적 양상을 부추기는 체제 하에서 역사교육의 강화를 논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역사교육의 강화는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교육을 보다 잘 실행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원인들로 인해 한국의 역사교육은 기형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역사교육 강화대책이 아니라 역사교육 정상화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 역사 과목을 사회과에 통합했다는 사실임을 볼 때, 역사교육 정상화 방안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사 과목 독립이라 할 수 있다. 국어과, 영어과, 수학과처럼 역사과도 사회과 내의 한 요소가 아니라 독립된 교과로서 존재해야 필수 과목으로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역사교육을 의미 있는 일로 만들기 위해 교육과정과 학교 수업, 교과서의 변화 역시 요구된다. 이런 근본적 처방 없이 한국사를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