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손길, 사립대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본지 수습위원 김현혜
정부 재정을 지원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라고 말하는 사람들
반값등록금 요구가 거세지면서, ‘고등교육재정 교부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정부가 초‧중‧고등학교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란 이름으로 재정지원을 하듯 대학에도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나 등록금넷 등 시민단체도 6월 2일 ‘등록금 문제 해법 긴급토론회’를 열고,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여 반값등록금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6월 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정부 재정 지원이 없어서 등록금이 비싸다’며, ‘현재 대학 등록금 수익 중 10%를 의무적으로 장학금으로 지출하게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 준다면 등록금을 당장 10% 정도는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에 편승해 국회는 사립대에도 등록금을 지원할 대책을 마련하겠다 말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민주당과 민노당을 비롯해 한나라당까지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을 발의한 상태여서 이 법이 통과될 경우 당장 내년에라도 반값 등록금 실현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사립대는 정말 정부 지원 없이는 등록금 인하 여력이 없는가?
많은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인하할 경우 학교 운영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등록금 수입이 사립대 전체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현재 책정한 등록금이 적정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의 중심에 있는 주요 사립대의 경우, 대부분 지난 3년 간 재정적립금이 수십 퍼센트나 증가하였다. 필요 이상으로 등록금을 높게 책정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2007~2009년 주요 사립대 적립금 추이>
사학법 개정은 싫고 정부 지원은 좋다는 사립대
게다가 정부 재정 투입은 사학 운영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사학의 자율성을 해치는 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조치를 사립대는 반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던 상황과 정부 재정 투입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현재를 비교하면 이러한 모순이 더욱 잘 드러난다.
참여정부 당시, 당시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수많은 사립학교 재단이 강하게 반발했다. 사학의 자율성을 해치는 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서강대의 경우 당시 총장이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공언할 만큼 반대가 심했다. 이러한 반대를 무릅쓰고 2005년 12월 9일 개방형 이사제, 공익감사제, 친인척 제한, 학교재정운영에 외부인사 참여 등 사학 운영의 투명화를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나, 한나라당과 사학재단, 보수언론의 집요한 반대에 부딪혀 18개월 만에 사장되었다.
상지대, 대구대, 덕성여대, 광운대, 조선대, 세종대 등 수많은 대학에서 사학 비리가 발생했고, 비리의 주범인 구 재단이 학교 일선에 복귀하거나 복귀를 시도하면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추진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사학 측은 ‘사학의 자율성을 해친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등록금 관련 재정지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정 투입 역시 사학 운영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사학의 자율성을 해치는 일인데도 반대하지 않는 모순을 보이는 것이다.
정부 지원이 아니라 부당 이득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2011년 6월 11일 MBC는 수원대, 고려대, 성신여대 등의 학교 법인이 법정부담전입금을 상당 부분 학생이 낸 등록금을 축내어 충당했다고 보도했다. ‘법정부담전입금’이란, 학교 법인이 대학 교직원의 후생복리를 위한 연금, 건강보험료 등에 쓰기 위해 의무적으로 학교 회계에 내야 하는 돈을 말한다. 이것은 학교 법인이 부담해야 할 지출이므로, 학생이 납부한 돈에서 이를 충당하는 것은 편법이다. 게다가 이 세 학교는 법정부담전입금은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지만, 법인 명의로 ‘종합편성채널(종편)’에 수십억을 투자하였다.
이 문제는 비단 앞서 언급한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다수 사립대가 이 지출을 학생 부담으로 전가하는 편법을 행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는 것만으로도 등록금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립학교 재정이 열악하므로 정부 재정 지원이 있어야만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그들은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립학교에 취할 등록금 정책은 정부 재정 지원이 아니라 그들이 취하는 부당 이익을 규제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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