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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KIOM 블로그기자단

여름에는 쌀막걸리보다 밀막걸리?

  요즘 들어 막걸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당장 제가 대학에 갓 입학한 2008년과 현재 대학생들이 어떤 술을 먹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도 막걸리의 인기가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막걸리 판매량이 늘고 소주의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요즘 우리가 먹는 막걸리는 대개 쌀로 만들지만 밀로 만드는 막걸리도 있습니다. 과거 쌀이 부족했던 시절엔 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밀막걸리를 장려했습니다.


 
  대개 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밀은 차다고 말합니다. 벼는 봄에 심어 여름에 수확하고 밀은 가을에 심어 이듬해에 수확하기 때문에 해당 시기의 성질을 작물이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여름에 먹는 막걸리는 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나 봅니다. 밀로 만든 막걸리를 마셔야 몸이 시원해져서 여름을 잘 견딜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동의보감의 이 구절을 읽어 봤다면 말이죠.
 
 
  • "여름 한철은 정신(精神)이 빠지는 계절이며 때로는 심장이 왕성하고 신장이 쇠약해지므로 신장이 변화하면 물이 되고, 가을에 이르러서야 엉기고 겨울이 시작돼야 단단해져서 더욱이 보호하며 아끼기에 적당하다. 그러므로 여름에는 늙은이 젊은이를 막론하고 다들 뜨거운 것을 먹고, 가을에 이르러서는 토사곽란을 앓지 않으려면 배속이 항상 따뜻한 것이 모든 질병이 자연히 생기지 않고 혈기가 씩씩하고 왕성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뜨거운 것'이 먹을 때 뜨거운 것을 말하는지 식품 자체의 성질이 온(溫)한가 냉(冷)한가를 말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의미를 택하든 밀막걸리를 여름에는 특히 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납니다. 전자의 의미를 택한다면 막걸리는 대개 데워서 먹는 술이 아니기 때문이고, 후자의 의미를 택한다면 밀이 본래 찬 음식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백번 양보해서 밀막걸리가 정말 여름에 좋은 음식이라 해도,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밀이 대부분 밀막걸리에 적합한 성질이 아니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 밀은 가을에 심고 겨울에 자라서 봄에 이삭이 패고 여름에 익기 때문에 4철의 고른 기운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5곡에서 제일 귀한 것이다. 기후가 따뜻한 곳에서는 봄에 심었다가 여름에 걷어들이기도 하나 이것은 기를 부족하게 받기 때문에 독이 있다. 그리고 이것으로 낸 가루는 성질이 또한 차다.

  국내에 유통되는 밀은 대부분 미국과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입한 것입니다. 여기서 재배되는 밀은 대개 봄에 심어 여름에 수확합니다. 위의 구절에 따르면 이렇게 생산한 밀은 가을에 심어서 이듬해 수확한 것보다 좋지 않습니다. 게다가 현지에서 수확된 것이 한국까지 건너오는 동안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확 농약을 대량 살포합니다. 따라서 이런 밀로 만든 음식이 몸에 좋을 리가 없습니다.

  물론 밀막걸리도 쌀막걸리와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쌀막걸리의 경우 깔끔한 맛이 강점이라면 밀막걸리는 진한 맛이 강점입니다. 하지만 여름에는 밀막걸리가 더 좋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밀막걸리에 연관된 여건이 그리 좋지 않으니까요.
 
참고 자료
1. 완역 동의보감, 허준 지음, 최창록 옮김, 푸른사상, 2003
2. 이 더위를 식힐 밀막걸리를 달라 http://well.hani.co.kr/media/42478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휴심정, 2011.8.15
3. ‘맥주·막걸리’ 웃고, ‘소주·와인’ 울고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view.html?cateid=1041&newsid=20101217141118587&p=munhwa 문화일보, 2010.12.17
4. 밀가루가 정말 그렇게 나쁜 식품일까? http://veritaskei.tistory.com/31


  = KIOM 블로그기자단 4기 김현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