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교대 교육과정에 숨은 ‘본판 불변의 법칙’
본지 편집위원 김현혜
미용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했지만 수술 전에 비해 드라마틱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본판 불변의 법칙’이라 말한다. 춘천교대 교육과정도 최근 일대 변혁을 겪었지만 이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정 변화 통해 보강 부담 감소와 임용고사 대비 시간 확충 도모
2012년 1학기, 춘천교대 교육과정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학기당 수강 가능 학점이 20학점에서 24학점으로 상향 조정되었고, 3, 4학년에서 수강하던 과목 중 상당수를 1, 2학년으로 재배치한 것이다. 학교 측은 상위 학년의 학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이번 조치로 3학년 2학기 보강 부담이 감소하고 4학년의 경우 임용고사에 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학년 2학기의 경우 학기 중에 4주간 교육실습을 해야 하므로 실습 기간만큼의 수업 결손을 보강으로 해결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는 3학년 2학기에 개설하던 과목을 다른 학기로 옮기면, 한 학기 수업을 두 달 내에 마치는 살인적 스케줄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용고사 대비 시간 확보’라는 의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해결, 새로운 문제에 봉착
그러나 이번 조치는 단지 기계적으로 특정 과목을 수강하는 시기만 변경하여, 춘천교대 교육과정의 근본적인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춘천교대 학생은 타 대학 학생에 비해 과업의 절대량이 이미 과중하다. 현재 우리 학교 입학생이 졸업하려면 최소 141학점을 수강해야 하는데, 이 중 3학점 미만이 전체 이수 과목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기과목으로 인한 부담도 과중하다. 물론 교육대학교 교육과정은 초등교사로서 수업 진행을 위해 일정 수준의 실기능력을 향상할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교대 교육과정이 초등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것보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다루거나 초등교육과정에서는 다루지 않는 것까지 다루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교육학적 소양을 홀대하는 데 있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이 141학점인데, 그 중 교직과목은 19학점을 차지하며, 교육실습을 합쳐도 23학점에 불과하다. 실기 과목이 21학점을 차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또한 교양으로 분류된 강의나 1학년에 개설된 강의에서 교수‧학습과정안 작성과 수업실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는 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선행조건으로서의 교육학적 소양,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경시하는 것이다. 학교 차원에서 개설조차 하지 않는 과목이 있다는 사실은 특히 위험하다. 춘천교대 교육과정 상에 교육학개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교육학 전반의 고전적 논의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졸업하는 사람이 매년 양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기보다 기계적으로 개설 시기만 조정한 탓에 새로운 문제에도 부딪혔다. 과목 간 논리적 연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통합교과교육론이다. 이 강의는 올해 3학년에서 1학년으로 개설 시기를 이동했는데, 교육과정학과 교과교육학은 2학년에 개설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이 교육과정을 따르면 교과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를 교육과정(Curriculum)에 대한 이해와 각 교과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상태로 공부해야 한다. 교직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교육과정으로서 치명적인 오류를 품고 있는 것이다.
‘본판 불변의 법칙’을 깨기 위한 ‘유전자 재조합’ 필요
많이 아는 사람이 반드시 잘 가르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논리가 실제로 교직의 전문성을 논할 때 등장한다. Schulman은 PCK(Pedagogical contents Knowledge)라는 말로 교직의 전문성을 이야기한다. 이는 ‘학습자의 이해를 촉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지식’으로서, 교과 내용에 관한 지식(CK : contents Knowledge)과 교수 방법에 대한 지식, 학습자에 대한 이해(PK : Pedagogical Knowledge)가 있어야 이행할 수 있는 단계이다.
춘천교대 교육과정은 ‘교직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춘천교대 교육과정의 ‘유전자’는 PCK 함양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교육과정 개편은 단지 특정 학기의 학업 부담을 줄이는 데 치중하여 ‘유전자’에 내재된 ‘본판 불변의 법칙’을 깨지 못했고, 오히려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교직의 전문성을 담보하면서 과도한 학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 개혁 즉 ‘유전자 재조합’ 없이는 어떠한 조치로도 ‘본판 불변의 법칙’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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